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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두 할매와의 추억1

  • 등록자 :백미영
  • 담당부서 :운영지원팀
  • 전화번호 :061-840-0692
  • 등록일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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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두 할매와의 추억1① 함께 한 많은 시간들을 짧은 지면에 표현하려니 걱정이 앞서지만, 보고 싶고 그리운 할매들과의 추억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추억을 꺼내기 전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떻게 할매들과 친해졌을까? 너무나 좋아하고, 보고 싶고, 그리운 그런 사이가 되었을까? 구 사무본관에서 새로 지은 치료본관으로 이사를 한 후 어느 날, 큰할매가 찾아와 팩스를 보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당연히 도와드렸고 그 뒤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찾아오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할매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이렇듯 소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함께 가는 것인가 보다. 종종 아침에 할매방에 들러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 오기도 했다. 그때 만났던 소록도 어르신 들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의자에 앉아 계시다가 순서가 되면 상처치료를 받고, 할매가 타주는 우유를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다. 단골로 오시던 어르신들 중 많은 분들이 지금은 운명을 달리하셨다. 이렇게 인연을 맺다 보니 큰할매는 우리 아이들 먹이라며 사과파이나 오븐에 구운 닭을 가져다주시고는 하셨다. 한번은 건네주신 사과파이를 사무실에서 나눠 먹다가 할매가 보게 된 일이 있었다. 그 후로는 조용히 차 키를 갖고 나오게 하여 먹을 것을 나의 차 안에 넣어주고서야 안심을 하셨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음식이라 우리 아이들도 할매의 사과파이와 오븐에 구운 닭고기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한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웃음부터 난다. 점심 초대를 받았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셨던 많은 이야기들, 그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하게 되자 축하와 함께 기어이 보내오신 축의금도 잊지 못할 감 사함으로 남았다. 2005년 본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할매들이 나를 치료실로 불렀다. 치료실에 있는 물건 중 가장 갖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셨다. 별생각 없이 성모상을 골랐는데 정말 선물로 주셨다.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 를 끝낸 상황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정을 표시하려는 것인 줄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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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부인회에서 물품을 보내올 때면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 으셨다. 한 번은 종이에 뜨개실로 수를 놓은 십자가를 받은 기억도 있었다. 나는 성모 상을 10년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개원 100주년을 맞아 개관한 소록도박물관에 기증 하였다. 큰할매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냥 웃기만 하셨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박 물관에 오는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매들을 보내고 서로 그리운 마음만 전하다가 ‘보고싶다’는 할매 의 말에 오스트리아로 갈 계획을 세웠다. 고흥에서 나고 자라 소록도 에서만 직장생활을 한 내가, 낯설고 물설고 언어도 안 통하는 이국을 가려니 걱정이 앞섰다. 감사하게도 우리 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아가다②가 흔쾌히 동행을 해주어 2009년 6월, 오스트리아에 다녀왔다. 전화와 편지만 주고받다가 4년 만에 할매들을 만난 것이다. 작은할매와 하루 종일 인스부르크를 구경하고 맛있는 식사와 와인을 나누면서 우리 는 정말 신이 났었다. 오스트리아 방문일은 일부러 6월로 잡았다. 6월 9일이 작은할매의 생신이기 때문 이다. 한국에서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스위스에 있던 김재옥 언니와 최혜진님③이, 미국에서 바바라④도 오스트리아로 와주었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작은할매의 74번째 생신 축하파티를 함께 할 수 있었다. 할매들이 좋아하는 된장국을 끓이고 호박전, 등갈 비, 밥과 김치, 거기에 와인을 곁들이니 꽤 근사한 상차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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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인스부르크 구경을 다녀오거나 다른 일로 외출하고 돌아올 때는 꼭 우편함을 열어 확인하시던 모습이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김윤일 원 장님⑤이 보낸 손편지가 들어있었는데 아기처럼 좋아하면서 열어보시던 모습이 생생 하다. 아주 간단한 안부인사가 전부였지만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기뻐하시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2009년, 10여 일간의 방문을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일들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더 빛나게 해주었던 작은할매의 모닝커피, 돌아오는 날 가면서 먹으라고 직접 만들어 챙겨주신 샌드위치까지도 그리워진다. [두 할매와의 추억2]에 계속...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nal MUseum ① 이 글은 우리병원(약제과)에 근무하는 박정단님의 이야기임 ② 아가다는 소록도병원에 근무했던 강경애 약사의 세례명 ③ 김재옥님과 최혜진님은 소록도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로 두 할매의 도움으로 스위스로 이주, 정착 ④ Barbara Puvelka는 1978년부터 1984년까지 소록도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간호사 ⑤ 김윤일님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소록도병원의 원장으로 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