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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1

  • 등록자 :백미영
  • 담당부서 :운영지원팀
  • 전화번호 :061-840-0692
  • 등록일 :2022-07-22

 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001

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11) 크리스마스가 되면 유독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달콤한 향기를 내는 쿠키를 직접 구워서 소록도 곳곳에 선물하셨던 두 분, 늘 그리운 마리안느와 마가렛. 외롭고 쓸쓸한 섬 소록도에 선물처럼 찾아오신 두 분이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납니다. 이분들은 환자에게만 따뜻한 것이 아니라 직원과 가족들까지도, 그리고 종교와 상관 없이 모두를 사랑하신 분들이셨습니다. 두 분이 소록도에 처음 오셨을 때는 요즘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두텁지 않았던 시기였으며 사회보장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때, 한센병 환자들을 보는 시각은 그저 남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일, 나에겐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불행으로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그 어떤 누구도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되며 한센병 환자도 우리와 같이 행복 해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때였습니다. 두 분은 어떤 논리나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러 오셨다고 생각합니다. 사 람이 사람을 이끄는 힘, 오로지 사랑만 갖고 오셨습니다. 컴컴한 새벽 따뜻한 우유, 포근한 담요, 편안한 포옹으로 얼어 있던 마음도 녹인 한결같음이 사랑입니다. 온몸이 고통 속에 있어도 약이 없어 치료를 못했던 때 진심 을 담은 편지로 도움을 이끌어 내신 그 강인함이 사랑입니다. 그리운 고향과 가족도 버린 이분들을 한평생 어루만져 주셨던 그 손이 사랑입니다. 스스로 허약해짐을 알고 혹여나 누가 될까 낡은 가방 하나 들고 조용히 떠나는 그 발걸음이 사랑입니다. 이 외로운 섬에 자신들을 버린 가족들이지만, 그래도 그 가족이 너무도 그리울 때 어느 겨울날 외롭고 쓸쓸한 섬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희고 고운 얼굴 눈부 신 금발에 푸룬 눈의 이방인, 병원 직원들도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1) 이 글은 우리병원 간호과 허옥희님의 이야기임

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002

모두 젊은 간호사들이 얼마 버티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인들은 한센병 이 무서워 환자들 가까이 가려하지 않았던 때라 그분들도 당연히 한센병 환자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도망갈 줄 알았습니다.

상처를 치료하는 마리안느

그러나 그분들은 달랐습 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 으로 환자들의 곪은 곳을 만지고 처치해주었으며, 고통 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껴안아 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환자들은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면서 환자들은 차츰 그분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가족 조차 창피하다고 버린 자신 들을 허물없이 대하며 진심 으로 아끼고 돌봐 주는 사람 두 분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른 아침(새벽4~5시) 하루를 시작해 병실을 방문하면 두 분을 맞이하는 환자들도 따뜻한 웃음과 수줍은 몸짓으로 두 분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속 깊이 표현하곤 했습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처음 소록도에 와서 영아원 운영을 맡았다고 했습니다. 면회하는 날은 아침부터 아이들을 깨끗 이 씻겨주고 옷도 단정하게 입혀서 아이 들과 떨어져 지내는 부모를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을 만나러 왔지만 손을 뻗어 만질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두 분은 아이들을 안고 부모와 눈을 맞출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와 부모들이 눈물로 면회를 할 때 두 분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영아원 면회장면

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003 

두 분이 소록도에 왔던 초기에 우리나라는 너무도 가난했고, 식량도 연료도 모자라서 환자들은 늘 춥고 배가 고팠습니다. 걸레가 꽁꽁 얼고 판잣집 문틈으로 찬바람 소리 가 윙윙 들려왔습니다. 두 분은 어두 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환자들에게 우유를 먹이 고 죽을 끓여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많은 환자들을 돌보기에 약도 먹을 것도 턱없이 부족하여 틈틈이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써서 본국인 오스트리아에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에서 약과 옷을 보내 주고 물리치료기와 새 건물을 지을 돈도 보내 주는 일이 생겼습니다. 두 분의 헌신적인 치료 덕분에 세상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환자들은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두 분은 어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물론, 젊은 환자분들끼리 부부를 맺어주기도 했고, 사회 정착촌으로 나가는 분들에게 정착금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목요일에는 달걀 한 판을 삶아 M치료실에 놓고 누구나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캐비넷 위에 작은 화분이며 갖가지 물건들을 올려놓고 필요한 사람은 언제나 가져가도록 했으며, 각 마을과 병동에서 사용했던 일회용 밴드는 M치료실에서 제공 한 것이었습니다. 두 분이 일하셨던 M치료실은 아침이면 우유 한잔과 영양제를 먹기 위해 항상 환자 들로 붐볐습니다. 환자들 생일에 케이크을 만들어 축하를 해주셨던 일이며, 팔다리가 없는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시던 일들을 생각하니 그것 또한 사랑이었음을 느낍니다. [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2]에 계속...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nal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