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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두 할매와의 추억2

  • 등록자 :백미영
  • 담당부서 :운영지원팀
  • 전화번호 :061-840-0694
  • 등록일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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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두 할매와의 추억2 2016년 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 큰할매가 참석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그 후 작은할매가 건강이 몹시 안좋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할매와 전화 통화를 할 때는 그런 내색이 전혀 없어 안심하고 있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할매들이 보고싶어 2017년 6월 다시 오스 트리아에 가게 되었다. 두 번째에도 역시 아가다와 함께였다. 나는 사실 겁이 많다. 언어는 오로지 한국어만 되니 혼자서 외국에 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인데 본인의 시간을 내어 나와 함께 해준 아가다에게 정말 감사하다. 출발하기 전에 작은할매가 김치, 밥, 라면, 김 등등 음식을 챙겨오라고 하신다. 드시고 싶다고 하시니 급하게 장을 보아 짐을 꾸렸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작은할매는 전에 왔을 때 우리가 현지 음식을 잘 못 먹었던 것을 기억하시고 우리를 먹일 요량으로 그랬다고 하신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8년이 지난 첫 방문 때를 기억하고 계셨다는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함께 있는 동안 소록도 이야기들로 날이 가는 줄 몰랐다. 특히 우리가 함께 알고 있는 소록도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가다 와 작은할매가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행복 했다. 그렇게 정을 나누다가 막상 돌아올 날이 되니 작은 할매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우리를 붙잡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리고 아팠다. 나의 이름은 박정단, 그리고 할매가 주신 이름이 모니카이다. 세례명이 없는 내가 ‘모니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병원 개원 100주년 행사에 초대받아 큰할매가 소 록도에 오게 되었을 때다. 할매들은 나를 항상 ‘박씨’하고 부르셨다. 성당에 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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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세례명을 부르지만 나는 교회에 다녔으니까. 간혹 지인분들께 나를 소 개할 때에도 ‘박씨’는 교회에 다닌다고 말해주셨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할매들과 우리 들끼리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그때 큰할매는 망설이지 않 고 ‘모니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아가다가 왜 그렇게 지으신 건지 묻자 ‘모니카’ 는 친절하고, 많이 베푸는 사람, 기도도 많이 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신다. 그러니 두루두루 살피고 이웃을 먹이는 일에 힘쓰라고 하신다. 큰할매가 소록도에 방문했을 때, M관사에 함께 누워 쉬던 생각이 난다. 그때 할매 들이 소록도에 계속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할매와 전화 통화를 할 때면 항상 나의 건강과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그런 다음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하나하나 물으신다. 통화를 하는 내내 잊은 듯, 잊혀진 듯 멀리 계시지만 소록도 와의 인연을 놓지 않으시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큰할매가 한국 방문했을 때 함께 한 분들. 왼쪽 뒷줄부터 서태휴 원장 부부, 박정단, 김인권 원장, 마리안느, 오대규 원장, 김용민 교수, 김재옥 간호사, 이희숙 간호사, 강경애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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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계시는 작은할매는 코로나로 면회가 제한되어 더 말수가 없어지셨다. 큰 할매가 찾아가도 필요한 대답만 할 뿐이라고 한다. 큰할매는 내가 전화해서 작은할매 와 대화를 많이 해주길 바라시는데 요즘은 전화 연결도 어려워 안타깝다. 이제야 2년 넘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그리운 분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오스트리아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 것이다. 그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벌써 할매들과 함께이다. 우리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했다는 것. 그것은 삶이 내게 준 행운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그립고, 그리우면 그리운 만큼 생각하고... 생각만으로 채워지지 않을 때는 사진첩 속 그리운 얼굴들과 추억을 꺼내보곤 한다. 거기에 그리운 내 사람들이 웃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nal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