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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아! 임들은 누구시기에

  • 등록자 :백미영
  • 담당부서 :운영지원팀
  • 전화번호 :061-840-0692
  • 등록일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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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아! 임들은 누구시기에...1) 보일 듯 말 듯 물안개 피어오르는 새벽길을 수놓으며, 희망을 주고 희망에 산다는 오스트리아 간호원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 마가렛 피사렉(MARGARET PISSAREK) 벽안의 두 수녀님. 1962년 2월, 소록도의 상황은 미비한 의료시설에 6,500여 환자, 거기에 간호인력은불과 5~6명이었다는 열악한 상황에서 미감아2)라 불리우는 아동들의 보금자리인 보육원에서의 일이 사슴섬 가족이 되게 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묵묵히 사랑의 터를 일구어 온 지 어언 30여 년, 섬사람들이 수녀님이라 부르는 대신 큰 할머니, 작은 할머니라 불러주는데 더 많은 기쁨을 느끼며사는 소박한 삶, 거기에 더없는 우러름이 가는 것은 사슴섬 한 모퉁이에 그들의 뼈를 묻고자 하는 숭고한 사랑 때문이리라. 도무지 일호의 바램도 없이 일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요, 모두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라 받아들이며, 정신․육신 또한 물질로 그들 힘 다하여 온 생애를 불태우며 살아온 날들, 바치고 또 바치며 그리곤 흔적 없는 그 진솔하고 지순한 삶. 사슴섬 동산에 따뜻한 햇살 되어 외로운 이웃과 함께 살아온 지난 30여 년의 긴 이야기를 이 좁은 공간에 어설픈 필체로 읊조린다는 것이 차라리 부끄러울 따름이다. 구 치료본관의 아동실/현 병원본관의 M치료실 1) 이 글은 1989년 6월 발행된 제53호 [소록도]지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 함께 수록된 사진은 소록도박물관 소장 자료이다. 2) 1989년 글을 그대로 옮겼으나, ‘미감아(未感兒)’는 언젠가는 감염이 될 것이라는 전제를 둔 차별적 언어로 현재는 ‘자녀’ 등으로 바로잡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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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마리안느/마을에서 마가렛 언어와 풍습이 다른 면 이국땅에서 오늘을 살도록까지 겪어야 했을 오랜 세월을함께하지 못한 필자가 이 짧은 글로, 더욱 그 어느 곳에도 드러나기를 주저하는그들 고요한 삶에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저어된다. “내마음 모든 것 다 주어도 그들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며 천형의 설움으로아프게 살아가는 형제들에게 사랑의 큰 보자기 되어 한 품에 안으시는 조촐한 그들 삶에 무슨 복잡한 형용사가 필요하단 말인가? 적정(寂靜) 속의 평화, 그들 담박한 표정의 뒤안길엔 얼마나 깊은 침묵이 여울져있을까? 민얼굴, 소박한 차림, 장식 하나 없어도 오히려 빛을 품어 눈부심은 그들내면의 아름다움이리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맨날맨날 감사합니다.” 이 충만된 은혜 속에 이순(耳順)을 눈앞에 둔 님들, 우리 가슴 밑자락에 잔잔한 물결 되어 스스로 낮아지는 것은 두 분 사랑의 헌신 때문이리라. 섬사람들이 아동실이라 부르는 두 평 남짓한 휴일 없는 치료실, 더운 날 시원한바람 되어 땀을 씻어 주고, 추운 날 따사로운 숨결로 아픈 가슴 녹여 주는 사랑의 보금자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너른 사랑의 품 안에 살다가 재활의 길을 떠났을까? 더 많이 낮아지고, 더 많이 겸허해 하는 조용한 소리가 위대한 웅변으로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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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바다 물빛만큼이나 말고 고운 그들 투명한 영혼, 어둠을 가르고 태어나는 새 아침 햇살처럼 사슴 동산 곳곳에 영원한 숨결 되리라. 아! 님들은 누구시기에 그처럼 고요하고 그처럼 청순하시어 높은 향기 가득하나이까. [소록도지 편집부]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onal MUseum